11 / 10 (금) 차표 한 장
저녁스케치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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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그냥 지나가는 오후, 버스를 기다리고 있네, 여자애들 셋이 호호호~ 입을 가리며 웃고 지나가고, 헌 잠바를 입은 늙은 아저씨, 혼잡한 길을 정리하느라, 바삐 왔다갔다하는 오후, 차표 한 장 달랑 들고 서 있는 봄날 오후, 아직 버스는 오지 않네
아직 기다리는 이도 오지 않고, 양털 구름도 오지 않고, 긴 전율 오지 않고, 긴 눈물 오지 않고, 공기들의 탄식 소리만 가득 찬 길 위, 오지 않는 것 투성이
바람이 귀를 닫으며 그냥 지나가는 오후, 일찍 온 눈물 하나만 왔다갔다하는 오후
존재도 오지 않고, 존재의 추억도 오지 않네
차표 한 장 들여다보네, 종착역이 진한 글씨로 누워 있는 차표 한 장.
아, 모든 차표에는 종착역이 누워 있네.
강은교 시인의 <차표 한 장>
가야만 하기에 길을 나섰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리네 인생길.
지금 걷는 이 길의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아직은 이룬 것 하나 없고,
여전히 안개 속을 걷고 있지만
걱정하진 않으렵니다.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끝끝내 행복이란 종착지에 다다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