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11 (토) 고독이 거기서
저녁스케치
2023.11.11
조회 497
동해안 국도를 지나가다 보면
바닷가에 ‘고독’이라는 까페가 있다
통나무로 지은 집인데
지날 때마다
마당에 차 한 대 없는 걸 보면
고독이 정말 고독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독은 아주 오래된 친구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혼이나 밤을 맡겨놓고
함께 차를 마시거나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외딴 바닷가 마을에서
온몸을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하며
사는 게 어려워 보인다
나는 언제나 길 위에 있으므로
그저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가끔 동해안 국도를 지나다 보면
고독이 거기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이상국 시인의 <고독이 거기서>
고독은 사랑처럼 달리 약이 없어서
고스란히 앓아야만 괜찮아집니다.
그리고 고독은 완치되지 않아서
잘 다스리며 평생 안고 가야 하지요.
그러니 누군가의 고독을 보거들랑
그냥 모른 척, 아무것도 못 본 척,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바라봐 주기로 해요.
그 사람이 지독한 고독 속에 있다 해도
마냥 고독하지만은 않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