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1 (수) 믿음 조이기
저녁스케치
2023.10.11
조회 478

잘 버티고 있다

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 본다

모든 사람을 지우고 싶은 날
조용히 운동장을 도세요

이런 생각은 그만 접어두자 말하며
이런 생각은 그만 잊어버리자 생각하며

운동장을 잊을 정도로 돌았다

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날씨가 좋네요 날씨가 좋아요 같이 걸을까요 날씨가 좋아요

마주 오는 사람의 눈을 내가 먼저 보았다

두어번 주저앉았지만 일어나 마저 운동장을 돌기로 했다

유수연 시인의 <믿음 조이기>


잘 해낼 수 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악물고 버텼는데도 나아지지 않을 땐
힘을 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주먹을 펴야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고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았을 때
생각지 못한 길이 열리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