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2 (목)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저녁스케치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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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자주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피 검사를 하고 MRI 사진을 찍었다
작은 혹이 자궁에서 발견되었지만
의사는 암은 아닐 거라고 걱정 말라고 했다
엄마는 눈이 쉽게 뻘게졌고
낯빛이 점점 창백해져만 갔다
그런 날에는 링거를 맞고 되살아났다

벚꽃이 피었다가 지고
번개가 밤하늘을 찢어 놓던 장마가 지나갔다
새로 이사 간 집 천장에 곰팡이가 새어 나오듯
석 달 만에 작은 혹이 주먹보다 더 커졌다
착한 암이라고 했는데 악성 종양이었다

엄마는 일주일 동안 구토 증상을 겪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
엄마의 피가 흐르는 내 심장을 만지며 생각한다
엄마는 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환자이고
나는 엄마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중환자라는 걸 알았다

이병일 시인의 <엄마는 환자, 나는 중환자>


맛있는 음식을 봐도, 예쁜 꽃을 봐도,
아이가 속 썩일 때도, 서러운 날도,
너무 기쁜 날에도 엄마가 생각나더니,
이젠 지나가는 어르신을 보고도 울컥합니다.
근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우린 엄마밖에 모르는 엄마 바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