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받고
쓰고 싶은 편지
말린 낙엽이 하나쯤은
만져보고 싶은 마음 일 겁니다
붉은 단풍잎 향기 뒤로
사랑하는 이의 채취가
함께 배달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가져 보게 되지요
한 줄을 쓰나 편지가
열 장을 빼곡히 채워도
그리움이라면
아예 백지로 보내오는
편지여도 좋겠다
다른 사람들에겐
백지 한 장이겠지만
내 눈에는 사랑이 흘러
넘치는 마법 같은 편지
보내온 이의
얼굴을 떠올리다가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을 쏟게 되어도
그리운 사람으로부터
편지 한 통 날아들면
정말 행복할 것만 같다.
오석주 시인의 <가을에 받고 싶은 편지>
하고픈 말은 너무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세상에 있는 그 어떤 표현에도
애타는 사랑을 다 담을 수가 없어서
결국 아무 말도 적지 못했다던 그 사람.
그 사랑의 깊이를 이젠 알 것 같은데...
백지 편지에 담긴 절절한 마음을
다시 한번 받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