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24 (목)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저녁스케치
202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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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새 나도 하나의 자연이 됩니다

주고받는 것 없이
다만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과 나무처럼
더 많은 것을 주고받음이 느껴집니다

그대와 함께 있으면
길섶의 감나무 이파리를 사랑하게 되고
보도블럭 틈에서 피어난 제비꽃을 사랑하게 되고
허공에 징검다리를 찍고 간 새의 발자국을 사랑하게 됩니다
수묵화 여백처럼 헐렁한 바지에
늘 몇 방울의 눈물을 간직한,
주머니에 천 원 한 장 없어도 얼굴에 그늘 한 점 없는,
그대와 함께 있으면
어느새 나도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그대의 소망처럼 나도,
작은 풀꽃이 되어
이 세상의 한 모퉁이에 아름답게 피고 싶습니다
그대는 하나도 줄 것이 없다지만
나는 이미 그대에게
푸른 하늘을,
동트는 붉은 바다를 선물받았습니다

그대가 좋습니다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그대에게선 냄새가, 사람 냄새가 난답니다

김현태 시인의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벤치에 앉아 캔 커피를 마셔도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이 꽉 차는 사람.

아무 말 없이 풍경을 바라봐도
속내를 다 털어놓은 듯 편안해지는 사람.

우연히 발견한 들꽃처럼
삶에 작은 기쁨이 되어주는 사람.

그렇듯 존재만으로도 참 고마운
다정하고 포근한 우리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