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9 (목) 옹이
저녁스케치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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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류시화 시인의 <옹이>

옹이는 가지가 자라는 부분에 생기지만
가지가 죽은 자리에 생기기도 합니다.
상처를 덮는 굳은살과 같은 것이지요.
인생도 그런 굳은살을 만들며 성장합니다.
물론 손과 발, 마음에 단단히 자리 잡은
굳은살을 보면 아픔이 먼저 떠오를 테지요.
그러나 자랑으로 여겼으면 해요.
굳은살은 치열하게 살아온 증거,
삶의 훈장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