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1 (월) 겉돌지 않을래
저녁스케치
2023.09.11
조회 496

사각형 종이
모서리 하나 접으면 오각형이 되지
하나 더 접으면 육각형이 되고
계속 접다 보면 모서리가 사라진 원이 되지
둥글게 살아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바로 그 원
살짝만 밀어도 데구루루 구르고
내리막을 만나면 가속도 붙어 질주하는
원 안을 잘 봐
수많은 모서리에 찔려 있지
얼마나 아프겠어
좀 덜컹거리면 어때
좀 느리면 어때
난 접지 않고 살 거야
착하다 착하다 부드러운 손길에 접힌 모서리들
다시 펴며 살 거야
내가 외로웠던 건
원과 원으로 만나려 했기 때문이었어
더 이상 겉돌지 않을래
기지개 켜듯 모서리 펴고
마음 가는 곳에 콕 박혀 살래

이장근 시인의 <겉돌지 않을래>


적당히 둥글게, 때론 모나도 되는데,
둥글둥글 착하게 사느라 입은
마음의 상처들이 얼마나 많은지.
착해도 싫은 건 싫고 아닌 건 아닌 거예요.
착하다고 내 마음을 버려두란 건 아니니까.
이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면서
착한 사람보단 좋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