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3 (수) 메밀국죽
저녁스케치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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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숟가락씩
덜어줄 때마다 국물은
도란도란 깊고 시원해진다
나눠 먹던 내력 때문이다
밥 굶는 일 이웃이 모르도록
빈 솥 끓여 굴뚝 연기 피우던 먼 기억까지
국물 맛이 잇대어졌기 때문이다
밥 먹는 소리 담장을 넘지 않도록
나무 숟가락을 쓰던 서러운 얘기가
콧등을 친다 건네주고 남은 것만이
정선 메밀국죽이 된다 메밀 한톨
한톨이 끌어안고 있던 작은 상처를 마신다
후룩후룩 서러움으로 몸을 녹인다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된다

이정록 시인의 <메밀국죽>


음식에 대한 기억은
가슴에 새겨진 지문과도 같아서
지우고 싶어도 쉽게 지워지지 않아요.
그래선지 고생한 기억이 떠올라
쳐다보기도 싫었던 음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생각납니다.
그건 맛보다도 추억,
콩 한 쪽도 나누려던 마음,
시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그때의 따스한 정이 그리운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