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4 (목) 낙법
저녁스케치
20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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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에게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은 낙법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생애 전체를 기울여
나를 메치고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어두운 골목길에 쓰러뜨리고
벼랑 아래로 힘껏 떠밀어버린 것도
결국은 나에게 낙법을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넘어지면 넘어지면 되고
쓰러지면 쓰러지면 된다는 것을
새가 바람에 자신을 맡기는 것처럼
기차를 타면 기차에 나를 맡기는 것처럼
넘어지면 넘어진 곳에
쓰러지면 쓰러진 곳에 나를 맡기면 된다는 것을
진실로 가르치기 위함이었다
그리하여 넘어져도 제대로 넘어지는 법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는 데에
내 존재를 다하여
나는 가난한 당신의 사랑이 필요했다

정호승 시인의 <낙법>


넘어져야 바닥을 딛고 설 수 있고
바닥에 닿아야 치고 올라올 수 있어요.
사람을 잃어봐야 믿는 법을 알게 되고
사랑을 놓치고 나면 고마움을 깨닫게 되죠.
그래서 일어서는 법이 아니라 낙법을 알아야 해요.
그것도 아주 잘 넘어지는 방법을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