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26 (화) 오래 만진 슬픔
저녁스케치
202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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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가지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며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이문재 시인의 <오래 만진 슬픔>


나를 넘어지게 한 일들을 떠올린다는 건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괜찮다,
그 고통과 슬픔들을 다듬어 봅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며 생긴
마음테가 늘수록 우린 더 단단해지고,
인생은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물들어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