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7 (목) 오늘 하루
저녁스케치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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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세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도종환 시인의 <오늘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조금씩 미워지더니
이젠 뭘 봐도 조금은 삐딱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좋지 않은 일은 무조건 세상 탓, 남 탓,
하지만 탓할수록 공허함이 해일처럼 밀려오죠.
참 못났다, 못났어... 하는 반성도 잠시,
내일이면 다시 마음엔 못난 생각이 가득하겠지요.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만큼은
모두 내 탓이려니...하고 마음을 비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