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8 (금) 뭐랄까, 오늘 같은 저녁은
저녁스케치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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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너무 예쁘게 내려서 학교 옥상에 올라갔어
혼자 올라갔는데 네가 왔어 “노을 보러?” “응”
노을이 너무 예뻐서 또 네가 왔고 또 네가 왔고
또 네가 왔어 노을이 너무 예뻐서
우리는 나란히 앉아 노을을 봤어

뭐랄까...... 오늘 같은 저녁은......어쩌다 오게 된 거겠지만...... 이 세상이...... 너무 아름다운 것 같다고......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우리는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야
두 손을 국자처럼 모아 하늘을 이만큼 떠내고 싶은,
지는 해의 마지막 즙을 꾹 짜내고 싶은,
이 생생한 붉은빛을 아픈 누군가에게 떠먹이면 병이 나을 것만 같은,
손바닥에 남은 노을의 지문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은,

붉게 번진 우리들의...... 따뜻한 그림자...... 아픈 게 다 나은 것만 같은...... 그런 저녁이었어

김선우 시인의 <뭐랄까, 오늘 같은 저녁은>


그냥 옥상에 올라가고 싶은 날이 있어요.
뻥 뚫린 하늘을 보며 소리도 지르고,
바람에 한숨을 실어 멀리 날려 보내고,
곱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어떤 아픔도 견딜만하다 싶어지거든요.
그렇게 스치듯 지나가는 찰나의 풍경이
마음의 반창고가 되어주는 그런 날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