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8 (월) 찬비 내리고
저녁스케치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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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며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찬비 내리고(편지 1)>


난간에 매달린 마지막 물방울처럼
끝끝내 떨쳐내지 못한 마음이 하나쯤은 있지요.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조금 나아질까,
누가 툭 건드려줘 눈물이라도 쏟으면 나을 텐데.
하지만 혹여 마음의 짐이 그이에게 옮겨 갈까 봐
가슴 끄트머리에 매달린 끈질긴 힘겨움을
그냥 가만히 놓아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