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9 (화) 길
저녁스케치
2023.08.29
조회 531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길>
디지털 세상이 된 지 오래지만
인생의 길 찾기는 여전히 아날로그.
늘 갈림길에서 고민해야 하고,
길을 잘못 들어 돌아가기 부지기수지만,
어디선가 잃은 나를 찾아가는 이 길이,
저 멀리 희망이란 불빛을 따라 걷는 이 길이,
그리 싫지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