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31 (목) 바람의 두께
저녁스케치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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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
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
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안도현 시인의 <바람의 두께>


바람이 달라졌습니다.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두께가
종잇장처럼 얇고 가벼운 게,
벌써 가을이 시작됐나 봅니다.
그런 건들바람처럼,
가을엔 우리 삶의 무게도
조금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