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 1 (금) 가을이 오면
저녁스케치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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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가을이 와서 들판을 은행잎처럼 노랗게 물들이면
나도 대지의 빛깔로 나를 물들이리라
플라타너스 잎이 그러하듯
나도 내 영혼을 가을 하늘에 맡기리라

가을이 오면
다시 연필로 시를 쓰리라
지워지지 않는 청색 잉크 말고
썼다 지울 수 있는 연필로
용서로 천천히 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코스모스 같은 이를 사랑하리라
칸나같이 붉은 이 말고
들국같이 연한 빛으로 가만히 나부끼는 이를
오래 사랑하리라

가을이 와서
한알의 사과가 겸허히 익고 있으면
타는 햇살과 비바람에도 감사하리라
사과나무처럼 잠시 눈을 감고 침묵하리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도종환 시인의 <가을이 오면>


알알이 익어가는 곡식들처럼
우리 마음도 곱게 영글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가을을 만드는 초연한 들국 향기처럼
우리에게도 은은한 삶의 향기가 스미길 바라며,
가을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