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6 (수) 배려
저녁스케치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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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샤워기를 쓰고 난 후
항상 바닥에 내려놓고

변기를 사용한 후에는
덮개를 올린 채 나가버리고

목욕 후 수건을 쓰고서
새로 걸어 두지 않는다

다 써서 비어버린 휴지 걸이
채우는 법이 없다

다음 사람을 위해 좀
올려놓으라고
내려놔 달라고
새 수건을 걸어달라고
휴지 좀 끼워 달라고

고쳐지지 않는 습관을
끊임없이 지적하는 잔소리는
나의 고질병

그러다가

세상에서 젤 맛있는 커피는?
.
.
.
남편이 타 주는 커피

식후에 타 주는 커피 한 잔의 서비스는
‘그래, 보이는 사람이 하면 돼지’
슬며시 마음을 내려놓는다

서금순 시인의 <배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해도
사소한 거 하나만 신경 써주면 되는데,
진짜 한끗 차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다 싶어 섭섭할 때가 있지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것만 빼면 또 곧잘 해요.
또, 시간 차가 있을 뿐 부탁은 잊지 않고 들어주죠.
그러니까 작은 흠결은 그냥 슬쩍 눈감아주기로 해요.
안 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라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