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8 (금) 거룩한 일상
저녁스케치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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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빨래를 반듯이 펴서
차곡차곡 포갰다 널면
다림질 안 해도 새 옷처럼 반듯하지
양말도 대충 걸지 말고 짝 맞춰 나란히

사소한 일을 정성껏

흙 씻어 낸 호미를 헛간 벽에 걸 때
할머니는 호미 자루에서 손을 떼지 않으시지
휙휙 집어 던지지 않으시지
개켜 놓은 이불 위에 베개를 올릴 때도
수저를 식탁에 놓을 때도
설거지한 그릇을 포갤 때도

호미와 벽은 평화롭고
가만히 이불 위에 내려앉는 베개는 포근하고
나란히 걸린 양말은 사뿐사뿐 하늘을 걷지
수저도 그릇도 주인처럼 정갈하고 고요하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런 어느 날 우린
햇볕을 품고 바람에 나부끼는 시간을 알게 되겠지
젖은 마음일 때도 천천히 주름을 펴는 법을 알게 되겠지
나를 함부로 동댕이치지 않고 살게 되겠지

최은숙 시인의 <거룩한 일상>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해도 정성껏,
무던하면서도 세심하게 일상을 살아요.
일이 꼬여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지겨워도 기본을 지키고 순리대로,
마음 매무새를 고쳐잡고 차근차근,
하루하루 나를 아껴주며 살아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노력들이
훗날 인생의 큰 선물이 되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