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31 (월) 여름밭
저녁스케치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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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한두 평 여름밭을 키운다
재는 것 없이 막행막식하고 살고 싶을 때 있지
그때 내 마음에도 한두 평 여름밭이 생겨난다
그냥 둬보자는 것이다
고구마순은 내 발목보다는 조금 높고
토란은 넓은 그늘 아래 호색한처럼 그 짓으로 알을 만들고
참외는 장대비를 콱 물어삼켜 아랫배가 곪고
억센 풀잎들은 숫돌에 막 갈아 나온 낫처럼
스윽스윽 허공의 네 팔다리를 끊어놓고
흙에 사는 벌레들은 구멍에서 굼실거리고
저들마다 일꾼이고 저들마다 살림이고
저들마다 막행막식하는 그런 밭
날이 무명빛으로 잘 들어 내 귀는 밝고 눈은 맑다
그러니 그냥 더 둬보자는 것이다
문태준 시인의 <여름밭>
계절이 바뀌면서 마음먹은 일들이
7월이 다 가도록 제자리걸음입니다.
손댈 수 없을 만큼 자라난 생각만 무성할 뿐,
시작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일투성이지만,
그냥 조금 더 그대로 둬보면 어떨까요.
아직 여름이 한창이니까.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오면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