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 (화) 식은밥단술
저녁스케치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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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보리밥과 누룩이 자박자박 눌러진 독이 부뚜막에 올려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밥풀이 녹아내려 식은밥단술이 되었다
하릴없이 얼굴 그을리다 몰려온 아이들은 식은밥단술에 사카린을 탔다 한모금만 마셔도 밍밍한 여름방학이 달큼해져왔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뒷마당 장독대에는 분홍 주홍 빨강 봉숭아꽃들이 시끌벅적하니 피어올랐다
박성우 시인의 <식은밥단술>
말간 식혜와 달리 되직한 식은밥 단술.
시큼 텁텁한 그 맛이 인생의 맛이란 걸
어릴 땐 알지 못했습니다.
한 꼬집의 사카린만 넣으면
식은밥 단술 한 그릇으로도 세상 행복했으니까.
그리고 그 달콤한 추억 한 조각이
쓰디쓴 삶의 작은 위안이 되어줄 거란 걸
그땐 눈치조차 채지 못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