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2 (수) 열심히 산다는 것
저녁스케치
202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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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서에서 오수까지 어른 군내버스비는
400원입니다
운전사가 모르겠지, 하고
백원짜리 동전 세 개하고
십원짜리 동전 일곱 개만 회수권함에다 차르륵
슬쩍, 넣은 쭈그렁 할머니가 있습니다
그걸 알고 귀때기 새파랗게 젊은 운전사가
있는 욕 없는 욕 다 모아
할머니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무슨 큰일 난 것 같습니다
30원 때문에
미리 타고 있는 손님들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운전사의 훈계 준엄합니다 그러면,
전에는 370원이었다고
할머니의 응수도 만만찮습니다
그건 육이오 때 요금이야 할망구야, 하면
육이오 때 나기나 했냐, 소리 치고
오수에 도착할 때까지
훈계하면, 응수하고
훈계하면, 응수하고
됐습니다
오수까지 다 왔으니
운전사도, 할머니도, 나도, 다 왔으니
모두 열심히 살았으니!
안도현 시인의 <열심히 산다는 것>
조금이라도 아껴서
가족들에게 맛있는 거
하나 더 먹이고 싶은 마음, 알아요.
매일 같이 아등바등,
잘살아보려고 정말이지
무진장 애쓴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지요.
그러니 실눈 뜨고 나무라지 말고
서로의 등을 토닥여주는 우리였으면 해요.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