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9 (수) 그럴 때, 꼭
저녁스케치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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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리-
벨 소리에 밥 푸다 뛰어간 엄마
유명애 씨 찾는 전화 끊으며 한 마디,

바빠 죽겠는데
누가 아침부터 장난질이야?

엄마가 유명애잖아요?

참, 그렇지.
말 안 듣는 니들 때문에
정신이 깜박깜박하잖아!

엄마 이름까지 다 잊어도
절대로 잊지 않는


그럴 때

튀어나온다.

유미희 시인의 <그럴 때, 꼭>


깜빡깜빡하는 것도 우리 탓
배에 붙은 살도 우리 탓
흰 머리카락이 느는 것도 우리 탓

잊을만하면 나오는 엄마의 레퍼토리.
‘이게 다 니들 때문이야~~’

그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말대꾸를 했었는데,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엄마 인생의 전부라는
뜨거운 사랑 고백이었단 걸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