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 11 (금) 어머니 김치
저녁스케치
2023.08.11
조회 531

결혼하고서도 내내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 가져다 먹었지요. 요새 젊은 여자들 김치 담가 먹을 사람 몇이나 되겠나 싶어 의당 그러려니 하며, 오로지 입맛 당길 반찬이야 김치 하나인데다 분가해 살면서도 어머니와 함께 있다는 기분을 갖는 것 좋은 일이긴 했습니다. 전라도 고흥 여자 어머니의 김치맛이야 달리 말할 필요 없지만, 들어갈 양념 모자라 실력 발휘 못 하던 때 말고는 김치 하나로 입안 가득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세월의 켜가 쌓이는 만큼 머리는 밝아지지만 손끝은 무디어지는가요, 칠순 넘기고 어머니 얼마 전부턴가 손에 물 묻히기도 힘들어하시더니, 상에 오른 김치 먹다, 당신이 만들었어, 눈 흘기며 마누라 쳐다보는데, 어머니 입맛이 예전 같지 않아요, 대답에 나는 울컥 속으로 눈물 삼키고 말았지요.

고운기 시인의 <어머니 김치>


김치맛이 예전 같지 않더니, 점점 짜지는 엄마의 음식.
겉모습이 변하고, 여기저기 편찮으셔도 그런가 보다,
울 엄마 아직은 괜찮을 거라며 마음을 다독였는데,
변한 손맛에 그만 울컥, 가슴에 멍울이 맺히곤 하죠.
하지만 ‘맛있어?’ 눈으로 묻는 엄마에겐 무조건 엄지척,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으며 눈물을 삼킬 때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