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30 (금) 골목길
저녁스케치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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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하나 울고 있다
‘김가네 김밥’ ‘적십자 헌혈의 집’ ‘밀레니엄 컴퓨터 랜드’......사이에서
떠도는 입맞춤들
떠도는 등불들
핼쑥해진 간판들
너는 ‘**헤어팜’ 앞에 나와 앉은 빨래처럼 펄럭펄럭 걷는다.
너는 푸른색 페인트로 쓴 ‘돼지국밥 전문’ 밑에 나와 앉은 창백한 빈 통처럼 걷는다.
너의 가슴은 도장처럼 붉게 파였다.
네 그림자가 문을 두드렸다
떠도는 등불들
떠도는 입맞춤들
핼쑥해진 간판들 사이로
골목길 하나
그림자 한아름 꽃다발처럼 가슴에 안고
똑똑 눈물 떨구고 있다
큰길 뒤에서
강은교 시인의 <골목길>
저녁이 되면 골목길은
가로등을 켜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긴 한숨을 내쉬며 서성이는 사람,
통화 내내 고개 숙이는 사람,
헤어짐이 아쉬워 돌아서지 못하는 연인,
무거운 발걸음에 가다 서길 반복하는 사람.
그 그림자들이 사라질 때까지 따스한 불빛으로 배웅하죠.
사람들의 아픔과 눈물을 나누며 우두커니 선 골목길.
그렇게 오늘도 누군가의 지친 하루를 토닥이고 있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