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7 (금) 역지사지
저녁스케치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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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분산된 통장들을
싸리로 빗자루 묶듯 묶어주기로
몇 발짝 건너 은행을 찾았으니
시간은 쉴 틈 없이 간다만
병아리 직원의 낯설은 업무가
꾸물꾸물 진도는 제자리
밥 시간 다 가겠네
서두르라
너스레 떨고 싶다만
여기 묻고 저기 묻고 애타는
그 마음은 오죽할까
마주치는 눈 미안할 정도로
얼마나 애잔하던지
눈앞에 상사의 얼굴
성난 황소의 모습처럼 스쳐가
말할까 말까 하는데,
연신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에
아침 새침하게 나가던
딸아이 얼굴이
최순명 시인의 <역지사지>
갈 길 바쁜데 누군가의 서툰 일 처리에
부아가 끓어오를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생각해요.
‘못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분명 누군가는 화를 냈을 것이고,
재촉하면 잘하고 있던 것도 놓칠 테니 웃자.
누구에게나 서툴고 실수투성이었던 처음이 있으니까.
언제나 역지사지. 그래야 참 어른일 테지.’ 하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