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8 (토) 오 단 서랍장으로 바꾸어야겠다
저녁스케치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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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좀 꺼내 줘,
거기 세 번째 서랍에서.
나는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엄마, 여기 속옷밖에 보이지 않는데?
하고 말했다. 엄마는 대뜸
거기 세 번째 서랍 맞아? 하고 물었다.
으응, 수선화와 유채 같은 속옷만 가득!
그러자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 위로
살짝 겹쳐 높아지는 소리
아니 거기 말고, 위에서 세 번째!
아아 밑에서 세 번째 서랍은 서럽다.
때로 엄마와 나 사이에
세 번째 서랍에 대한 기준이 없다.

한상권 시인의 <오 단 서랍장으로 바꾸어야겠다>


부탁을 들어줬는데,
그게 아니라는 핀잔을 들으면 진짜 억울하죠.
그렇다고 그럼 본인이 직접 하지,
왜 나한테 그러냐고 말하면
괜히 다투게 되고 마음만 상해요.
그냥 위에서 세 번째, 밑에서 세 번째,
그렇게 콕 집어서 말하면 됩니다.
내게는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있고,
아주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나완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