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3 (목) 진창길
저녁스케치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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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궂은비 내린다
빵은 젖어서 질척질척하다
가도 가도 마을이 먼발치로 보이는
아득한 진창길을
한 아낙이 우산도 쓰지 않은 채
터벅거리며 간다
옆을 스치다 슬쩍 보니 그녀는 울고 있었다
비 젖은 얼굴인 줄 알았는데
한 손에 보퉁이 들고
무엇 때문일까
나는 솟구치는 궁금증을 못 참고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이동순 시인의 <진창길>


비가 내리면 사람들은 솔직해집니다.
애써 감춰오던 감정을 숨기지 않지요.
주룩주룩 빗물 같은 눈물을 흘려도,
아무리 큰 한숨을 쉬어도 빗소리에 묻힐 테고,
무엇보다 우산 속에 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비 오는 날엔 안부를 더 자주 묻게 됩니다.
잊고 있던 슬픔의 통증으로 아파하고 있지 않길,
빗속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