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7 (월) 꽃길만 걸어요
저녁스케치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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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으라는
편지를 받았어요

비단길만 걸어요
꽃 글씨를 받았어요

어찌 나 혼자
꽃잎 살결과 비단 날개에
발자국을 찍을 수 있겠어요

당신이 올 때까지
꽃길과 비단길은 피하며 걷겠다고
길바닥에 박힌 돌부리를 캐내고 있겠다고
편지를 써요

비단을 수놓던 바늘쌈으로
누군가의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파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답장을 썼다가 지워요

그러다 결국
당신 편지를 베껴 써요

당신도 꽃길만 걸어요
당신도 비단길만 걸어요

이정록 시인의 <꽃길만 걸어요>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엮으면 한쪽 벽을
꽉 채우고도 남을 거란 어른들의 말씀.
어릴 땐 그저 농인 줄 알았는데,
막상 살아보니 웃자고 하신 말씀이 아니었어요.
끝없는 오르막도 모자라 진창길에 푹푹 빠져 가며
돌길에, 가시밭길까지, 그 고된 길 실컷 걸었으니
이젠 정말 모두 비단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