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18 (화) 거울 속에는
저녁스케치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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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거울을 보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할아버지를 보았다.
지난 학기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였다.

손톱이 곱고 컸던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나는
내가 갉아 먹은 작은 손톱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수염도 길었다.
만지면 꺼끌꺼끌했다.
그래도 내가 만지는 걸 할아버지는 좋아했다.
할아버지는 내 손톱을 잡고 만져 주기도 했다.

거울 앞에 섰는데
나의 얼굴에서 아빠의 얼굴이 보였다.

거울 속에는
엄마 아빠가 다투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동물원에 갔던 일도
병원에 누워 계시던 할아버지 모습도 지나갔다.

거울 속 나의 얼굴에는
지금의 나와 옛날의 나 사이를 지나
할아버지와 아빠의 표정들이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나는 문득 아빠가 되었다.
다시 할아버지가 되었다.

양영길 시인의 <거울 속에는>


거울 앞에 서는 게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낯선데다,
부모님의 얼굴이 보이는 것도,
좋은 기억보다 아쉬움이 스치는 것도
달갑지만은 않지요.
근데 그게 우리의 역사인 걸요.
여기저기 깊게 패인 주름도,
머리에 내린 서리도,
가장 닮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의 표정을 한 얼굴도,
모두 삶의 훈장이니까,
이젠 거울 속 모습을
조금 더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