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8 (목) 늦은 소원
저녁스케치
2023.06.08
조회 569

봄이 되면 밭가에 사과나무를 두 주 심었으면 좋겠구나

그러세요, 제가 산림조합 나무 시장서 조생종으로 사다 드릴게요

그만두자, 옆 밭에 그늘지면 농사 안 된다

아니요 그냥 심으세요, 농사가 안 되면 얼마나 안 될라고

그만두자, 내가 그 사과를 먹을 날까지 살겠냐

아니요, 요즘 사과나무는 심으면 이태부터 달려요

그냥 심으세요

녹내장 수술을 한 어머니 눈에 불빛이 잠깐 어린다

김남극 시인의 <늦은 소원>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그 말에 몇 번이나 가슴이 무너졌던지.

듣는 자식 맘 아프게 왜 저런 헛헛한 말을
말끝마다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그 말은 결국
부모님의 유언이 되었습니다.

그래, 하고픈 게 있으면 다 하고 가자.
뒤늦은 소원으로 남겨둬 자식 가슴에
못 박지 말자 다짐했건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하던 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며 집을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