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9 (금) 오누이
저녁스케치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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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짝 당겨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 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 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 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하, 그 모양이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김사인 시인의 <오누이>


동생들 공부시키려고 누이는 공장으로 향하고,
부모님 고생 덜어드리려 맏형이 타지로 떠나던 시절,
멀리 있어도 우애만큼은 끈끈했었고
그 힘으로 어려운 시간들을 버텨낼 수 있었지요.
아마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겁니다.
세상이 변해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끝까지 믿고 의지할 사람은 그래도 가족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