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3 (화) 괄호
저녁스케치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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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명호 동호 진호 성호 인호 상호 괄호 중에
내 이름은 괄호
나는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바구니,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구니를 가지고 있죠
이 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나는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괄호, 가장 커다란 바구니

이 안에 들어오는 것은
이 안에 심기는 것입니다
이 안에 들어오는 것은
나로 인해 자라
잎사귀를 펼치고
열매를 매답니다

나는 괄호 내 이름은 괄호
나는 팔을 벌려 가슴을 넓힙니다
내 안에 들어오고 싶은 세상이
나를 만들었나 봐요

배수연 시인의 <괄호>


누구든 마음엔 괄호라는 마음 주머니가 있어요.
우린 그 속에 무얼 담을지 고민하며
괄호를 넓혔다, 좁혔다, 하며 살아가지요.
아직 여물지 못한 미생의 삶.
여전히 괄호 안엔 물음표가 가득하지만,
그 많은 물음표를 사랑과 느낌표로 바꿔 가며
한 걸음, 한 걸음 완생을 향해 나아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