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7 (토) 말도 안 돼
저녁스케치
2023.06.17
조회 503

아빠는 거짓말쟁이다.
아빠는 고등학교 때 머리가 너무 길어서
학교에서 싹둑싹둑 잘렸대.

세상에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 믿을 거 아냐, 그치?

엄마는 거짓말쟁이다.
고등학교 때 치마가 너무 짧다고
반성문을 쓰고 벌 청소도 했대.

또, 엄마가 대학생 때
찢어진 청바지 입고 다니니까
할머니가 바늘로 다 꿰매 버려서
할머니한테 대들었다가
할아버지한테 맞았대.

세상에 말도 안 돼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준비물이 없으면
복도에 꿇어앉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긴 하지만

어른들은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추억처럼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어.
말이 되는 소릴 해야 믿을 거 아냐, 그치?

양영길 시인의 <말도 안 돼>


요즘 아이들은 절대 믿지 않을 거짓말 같은 일.
말도 안 되는 그 추억들이 그리운 건 왜일까요.
눈곱만큼의 일탈도 봐주지 않았던 부모님과
선생님 때문에 종종 숨이 막히기도 했지만,
친구들의 우정만 있으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던,
거짓말 같은 그 시절이 그래도 참 좋았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