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4 (토) 참말로 벨일이여
저녁스케치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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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는 왜 한번도 안 온다냐, 여즉 논에서 일하는겨? 오째 이리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 하늘 깊어진 걸 보니께 벼 벨 때가 된 것 같기는 헌디, 암만 그려도 엄니 얼굴 잊어부리믄 안되지, 참말로 벨일이여.
아무 말도 못하고 처마 그늘만 만지작거렸다 치매 걸린 할머니가 한번씩 정신이 돌아올 때마다 아버지를 찾는데, 울안에 번개 맞아 쓰러진 향나무 저승 간 지 오래라고 차마 말도 못하고 그저 틀니 빠진 주름진 입안에 아, 하고 사탕 하나 넣을 뿐이다
박경희 시인의 <참말로 벨일이여>
오랫동안 치매를 앓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친구는
친구들을 만나면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치매가 와도 감정은 기억한다고.
누가 섭섭하게 했는지, 누가 잘해줬는지,
그래서 맘 상하게 했다간 혼쭐난다고.
‘아주머니, 아주머니’ 해도 ‘네~어르신’ 하며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제일 잘한 일이었다고.
혹시 부모님이 기억을 잃거든 그 앞에서 울지 말라고.
그보다 더 큰 불효는 없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