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6 (월) 소나기 지나가시고
저녁스케치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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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마음도 이럴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소나기 한줄금 지나가시고
삽 한자루 둘러메고 물꼬 보러 나가듯이
백로 듬성듬성 앉은 논에 나가 물꼬 트듯이
요렇게 툭 터놓을 때가 있어야 하는 거라
물꼬를 타놓아 개구리밥 섞어 흐르는 논물같이
아랫배미로 흘러야지
속에 켜켜이 쟁이고 살다보면
자꾸 벌레나 끼고 썩기나 하지
툭 타놓아서 보기 좋고 물소리도 듣기 좋게
윗배미 지나 아랫배미로
논물이 흘러 내려가듯이
요렇게 툭 타놓을 때도 있어야 하는 거라

송진권 시인의 <소나기 지나가시고>


많은 비가 내려 물이 고였을 때는 물론
적당한 시기에 물꼬를 내 논물을 빼야
벼가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듯,
쌓인 감정들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올 땐 무조건 비워내야 해요.
소나기가 지나간 후 떠오르는 찬란한 무지개처럼
가벼워진 마음에도 행복 무지개가 뜰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