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9 (목) 심야버스
저녁스케치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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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핀잔처럼 스치는 빗방울
바람이 취객의 겨드랑이를 부축하다 팽개치고
먼저 버스에 오른다
전광판 즐비한 도시를 관통하는 버스 속
쏟아지는 빗줄기에 순간,
불빛이 번져 차선이 휘어진다
차도를 메우고 택시를 포위한 사람들
인도 위의 여자가 뒤집힌 우산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빠진다
하루의 갈증을 비에 떠넘기고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을
공중의 나뭇잎이여, 어느 뻘에 풀어 놓았느냐
특색 없는 얼굴 등받이에 기대고
내 생도 막차를 탄 게 아닐까, 습관적으로 중얼거리며
우줄우줄 졸며 가는 자정 넘어 어두워진 빗길
플라타너스 잎사귀 맺힌 생각 털어내며
달리는 심야버스

강신애 시인의 <심야버스>


혹여나 놓칠세라 뛰고 또 뛰어 겨우 막차에 올라
물 먹은 솜방망이 같은 몸을 의자에 던지고 나면
오늘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옵니다.

한숨 돌리고 나면
꾸벅꾸벅 조는 청년도,
취기에 몽롱한 아저씨도,
아침 찬거릴 든 아주머니도,
기사님도.

힘들었던 오늘을 막차에 두고 내리기를.
내일은 모두가 안녕하길 바라게 되지요.

그래선지 가끔씩은 심야버스를 타고 싶어집니다.
막차는 늘 내일을 향해 달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