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8 (목) 봄은 올까
저녁스케치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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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길에 꽃길은 없는 듯
고갯길, 비탈길을 오르고
첩첩산중의 오솔길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불안감
나는 늘 그렇게 그 길을 걸었다
봄날도 여름날도 없는 듯 그 길을,
내게 주어진 각본 대로 때론 울고 웃으며
무대 위의 주인공 되어 최선을 다했다
가을의 풍요로움도 없이
살얼음판 같은 겨울을 맞이하고
겨울처럼 웅크리고 앉아
꽃이 피는지 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나의 사계절은 그렇게 가고 있었다
그 골깊은 테두리 안에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고갯길에서 만난 할미꽃도 봄날이면
붉은 꽃송이로 다시 피어나는데
나는 지천으로 피고 지는
꽃다지라도 되어 봄처럼 피고 싶다
봄은 나의 봄을 비껴가는 듯
겨울 끝자락에서 머물고 있다
다시 피어날 봄도 잊은 채.
심경숙 시인의 <봄은 올까>
누구는 고속도로를 넘어 하늘을 나는데,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내 인생.
인생의 봄이 있기는 한 걸까,
내게도 그런 날이 있을까 싶지만
꼭 믿었으면 합니다.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다니까,
다음은 내 차례라고.
그래도 봄날은 온다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