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19 (금) 은은하게 아프다는 것
저녁스케치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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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종이에 손가락을 베었다
뜨거운 찻잔에 닿은 그 부분이 은은하게 아프다
그 남자의 몸을 파묻은 문장의 힘에
내 몸을 둥글게 구부려 무릎을 끌어당긴 채
검은빛의 글자에서 작동하고 있을
결핍의 심장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시선의 안쪽으로 스며 올린
젖는 마음들의 그 속을 생각했다
단어의 표면은 고독하지만
속은 그래도 사람의 핏줄 모양 흐름이 있어
가슴속에 풀어져 스며든다
그렇게 내 가슴으로 오는 길이 한 문장이 된다
그렇게 그 남자의 한 문장은
내 안에 갇혀 울 자리를 정하고,
마음 한구석에서 은은하게 아프다
가만히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은은한 아픔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지 싶어
페이지의 귀퉁이를 삼각형으로 접어둔다.
정설연 시인의 <은은하게 아프다는 것>
큰 문제 앞에선 과감해지지만
오히려 자잘한 걱정들에 생각이 많아져요.
또 큰 상처는 그냥 덮어두고 마는데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인한 상처들은
은은한 아픔으로 남아 가슴을 콕콕 찌릅니다.
그럴 땐 답 없어요. 그냥 마음을 살짝 접어두세요.
늘 그랬듯 결국엔 시간이 해결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