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27 (토) 산
저녁스케치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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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 봐
하얗게 피어 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꽃 곁을 지날 때
구절초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 지는 꽃이야
너도 이렇게 꽃 피어 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밑을 지날 때
구름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그렇게 정처 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었네
산은, 지금까지 한마디 말이 없었네
김용택 시인의 <산>
산은 말이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해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뿐.
또 원망하는 법도 없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세상을 품고 있을 뿐.
그래서 산이 좋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넉넉한 마음을 지닌
그런 산과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