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1 (목) 여름
저녁스케치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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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가 익는 철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수박이 익는 철이었다. 통통하게 알을 밴 섬진강 은어들이 더운 몸을 더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찬 물을 찾아 상류로 상류로 은빛 등을 파닥이며 거슬러 오를 때였다. 그러면 거기 간전면 동방천 아이들이나 마산면 냉천리 아이들은 메기 입을 한 채 바께쓰를 들고 여울에 걸터앉아 한나절이면 수백마리의 알 밴 은어들을 생으로 훑어가곤 하였으니, 지금와 생각해보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지만, 그런 밤이면 더운 우리 온몸에서도 마구 수박내가 나고 우리도 하늘의 어딘가를 향해 은하수처럼 끝없이 하얗게 거슬러 오르는 꿈을 꾸었다.
이시영 시인의 <여름>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다
물을 만나면 첨벙첨벙
물고기도 잡고 살구도 따 먹고
여름은 신나는 일만 가득 담은 선물 보따리였죠.
한 손엔 옥수수 다른 한 손엔 수박을 들고
쏟아지는 별 속에서 내일을 꿈꾸던 그 여름이
유월을 따라 저만치서 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