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5 (월) 빨래 너는 여자
저녁스케치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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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랫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

강은교 시인의 <빨래 너는 여자>


빨래는 삶의 희망을 만드는
연금술일지도 몰라요.

찌든 일상의 얼룩을 말끔히 지워내고
바람 한 줄기, 구름 한 줌을 담아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오늘도 저마다의 삶이
빨랫줄에서 나풀나풀 춤을 춥니다.

눈물로 얼룩진 오늘이
은빛 햇살을 가득 머금고
뽀송뽀송해질 내일을 기다리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