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7 (수)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저녁스케치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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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추운 날 얼음판의 팽이가 되고
꿈을 키우는 책상이 되고
사각사각, 파를 써는 도마가 되고
성적표에 꾹 찍어 주는 도장이 되고,
나무는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집을 짓는 서까래가 되고 기둥이 되고
참외밭의 참외를 지키는 원두막이 된다.
때로는 일기장의 종이가 되고
세상을 내려다보는 창틀이 된다.
나무는
오랜 세월을
홀로 서서 사는 동안
저보다 남을 위해 쓰여질 일을
더 많이 생각한다.
권영상 시인의 <강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비 내리듯 눈물이 쏟아지는 날엔 우산이 되어주고
불어난 강물처럼 근심이 많을 땐 다리가 되어주고
좋은 일이 있을 땐 불꽃 같은 박수를 보내고
아낌없이 주고도 환하게 웃어 보이는 사람.
누군가에게 무엇이 될까 고민하는
아름다운 나무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참으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