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26 (수) 공짜 이발관
저녁스케치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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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가 이발 기술 배운 것은
가난한 집 여섯째가 택한 호구지책
젊어 도시에서 살다 나이 들어
고향 목욕탕 이발관에 자리 잡고
금년 67세 여전한 현역
지금은 촌사람 이발이나 해주지만
대통령 재벌 회장도 자기 앞에서
모자 벗는다는 그럴듯한 자랑과
군에서는 사단장 전속 이발병으로
명성을 떨쳤고 민주화 운동 때는
이발관에 시위대 숨겨주기도 했고
머리 깎는 기술 하나로
삼 남매 대학에 결혼도 다 시켰다는
장한 이야기 듣는 값은 단돈 만 원
이발비는 공짜
남영표 시인의 <공짜 이발관>
동네 이발관과 미용실은 어르신들의 작은 소극장.
그곳에선 매일 주인장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눈물로 얼룩진 손님들의 이야기가 절찬 상영 중이죠.
함께 울고 웃고 나면 응어리진 마음은 말랑말랑,
단정한 머리모양은 덤으로 얻는 곳.
극장의 이름은 그래서 공짜 이발관.
오늘도 그곳에는 어느 어르신의
인생 영화가 상영 중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