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 30 (화) 요즘의 발견
저녁스케치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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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은 듯이 한참 있다가
뚜껑을 열면
솥바닥에 자리잡은
절망의 크기만큼
온전한 한덩이의 누룽지가
안간힘으로 솟아올라 있다
구수한 누룽지 한조각 만드는 것이
요즘 나의 즐거움이다
누룽지를 들어내고
환한 솥바닥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
요즘 나의 발견이다
나희덕 시인의 <요즘의 발견>
적당히 잘 눌은 누룽지는
솥 바닥에서 깨끗하게 똑 떨어집니다.
누룽지를 떼어내고 말끔해진 솥을 보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지요.
마음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속이 타들어 갈 일도 없고
잠 못 드는 일도 없을 텐데.
마음 저 밑바닥에 눌어붙은 어두운 생각들을
어떻게 하면 몽땅 긁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애꿎은 빈 솥만 물끄러미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