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29 (수) 젓가락을 놓으며
저녁스케치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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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원짜리 지폐 두 장이
오천 원이 넘도록
반백 년을 넘게 비워 온 짜장면 한 그릇
시커먼 춘장 돼지기름에 달달 볶아
양파며 감자 고기 몇 점
고소하게 씹히던 그 옛날 맛은 아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아버지가 사주시던 기억에 가끔은 애틋해지고
이제는 그때의 당신보다 더 늙어버린
씁쓸히 웃으며 비우는 오늘 또다시 짜장면 한 그릇
이상길 시인의 <젓가락을 놓으며>
그렇게 싫었던 흔한 음식들이 별미가 되고
특별한 날 먹던 음식이 흔한 음식이 되고.
세월 따라 그 위상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은
언제나 마음을 울리고 코끝을 맵게 하죠.
푸성귀밖에 없다며 투정하던 봄 밥상이
부모님이 떠오르는 아련한 밥상이 된 지금,
그 알싸한 맛에 추억을 쓱쓱 버무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