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31 (금) 빛
저녁스케치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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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쯤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바퀴 돌아버리지

바람이 요란 떨다 잎새 위에서 잠들면
혹자는
참 빠르게 지나네 하겠지만
나는 번쩍
소리도 없이 그 먼 길을 벌써 돌아버리지

청춘도 사랑도
내게 실려 가는 여행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것이라지만
여전히 찰나에 얹혀
빠르게 빛으로 도는 것

없어지는 줄 착각하지 마
이미 아득한
어느 시공을 지날 뿐
나, 여전히 존재하는 거니까
그것도 영원히 존재하는 거니까

이석구 시인의 <빛>


빛의 속도가 그렇게나 빠르다는데,
그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 가는 청춘의 날들.
아쉬움에 탄식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린 다시 생에 가장 젊은 오늘을 맞지요.
그렇게 우리 삶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
빛이 수만 번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이며 길을 밝혀주듯,
우리가 걸어온 길도 누군가의 빛이 되어
오래 오래 기억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