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6 (목) 그런 사람
저녁스케치
202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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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이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아직 그래 본 적 없지만
새알을 품을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무 작다는 걸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류시화 시인의 <그런 사람>


그런 사람도 좋지만 이런 사람도 좋아요.
누군가의 아픔에 눈을 감지 않는 사람
누군가의 기쁨에 더 크게 웃어주는 사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는 사람
눈물이 마르지 않은 사람
자연스레 우리라고 말하게 되는
다정다감한 그런 사람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