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0 (월) 파이팅
저녁스케치
2023.04.10
조회 448

풍암저수지 둘레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이가
수줍은 말의 공을 툭 던집니다
파이팅
갑작스레 받아 든 말의 공
전혀 모르는 이인데 왜 그러지 한참 기억을 뒤집어 봅니다
그 뒤로도 가끔 마주치는 파이팅, 그이를 여전히 모르는 채
그저 목례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부끄럽게 나는 아직 아무에게도
파이팅이란 공을 돌려주지 못했습니다
가끔 매운 계절을 견뎌내는 장미가지나
얼어붙을 시절 거뭇해진 얼굴 물푸레 나무에게
마음 한구석만 툭툭 던져보곤 했습니다, 파이팅

이름 모를 호의
한겨울에 만나는 동백꽃 같아서
쓸쓸한 내가
초조한 나에게 꽃 한 송이 툭 던져줍니다
파이팅

김군길 시인의 <파이팅>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추임새도 되었다가,
그래, 끝까지 한번 가보자며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말, 파이팅!
슴슴하면서도 톡 쏘는 동치미 같은 그 말.
고구마 수백 개를 먹은 듯 답답한 모든 일들이
시원하게 뻥 뚫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외쳐봅니다.
그러니 움츠린 어깨를 쫙 펴봐요.
우리 모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