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11 (화) 미리 아파했으므로
저녁스케치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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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아파했으므로
정작 그 순간은 덜할 줄 알았습니다.
잊으라 하기에
허허 웃으며 돌아서려 했습니다.

그까짓 그리움이사
얼마든지 견뎌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미리 아파했으나 그 순간은 외려 더했고,
웃으며 돌아섰으나 내 가슴은 온통
눈물 밭이었습니다.

얼마든지 견디리라 했던 그리움도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없어집니다.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지

이정하 시인의 <미리 아파했으므로>


예견됐던 이별도 막상 마주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고,
시련의 파도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해일이 되어 밀려옵니다.
알기 때문에 겁이 나고, 더 쓰라린 상처가 되지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 건가 봐요.
그러니 그대, 미리 아파하지 말아요.
미리 앓는다고 슬픔의 무게가 덜어지지 않으니까.
조금만 아파야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